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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가 아니라 동사로 살자
김형태 박사(한남대학교 총장)
 
편집국   기사입력  2015/06/05 [16:47]
▲ 김형태 총장(한남대학교)     ©편집국
신앙인들은 수시로 기도를 올린다. 그런데 소원이 절실하거나 상황이 급박할수록 기도는 점점 더 짧아진다. 절실할수록 주제가 단순명료해지고, 짧은 말일수록 본론에 적중하기 때문이다. 수식어나 형용사가 길게 붙는 것은 다소 여유가 있다는 증거다. 카피라이터 정철 씨도 소중한 것은 한 글자로 되어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는 “길게 말하지 마세요. ‘한 글자’면 충분합니다.” 라고 말한다. 그럼 그의 ‘한 글자’ 카피를 들어보자.
 
●탑: 탑은 만든다고 하지 않고 쌓는다고 한다. 노력 위에 노력을, 정성 위에 정성을 쌓아야 탑이 되기 때문이다. top도 마찬가지다. ●늘: 흔들리는 건 당신의 눈이요, 활시위를 당기는 손이다. 명중할 수 있을까 의심하는 마음이다. 과녁은 늘 그 자리에 있다. ●밭: 잔에 따른 포도주를 욕심내지 마라. 병에서 잔으로 자리를 옮겼다는 것은 이미 마실 사람이 정해졌다는 뜻이다. 포도주를 가져갔거나, 코르크 마개를 열었거나, 잔을 닦았거나, 포도주를 잔에 따랐거나 안주를 준비한 사람이 마실 사람이 되는 것이다. 당신이 한 일은 없는 것이다. 그러나 당신이 할 일은 남아있다. 이제라도 포도밭으로 가는 일이다.
 
●띠: 하나님은 열두 동물을 모아놓고 단 한 번의 시합으로 띠의 순서를 결정하셨다. 쥐가 가장 빨랐고 돼지가 가장 늦었다. 그래서 돼지띠가 맨 뒤로 밀려났다. 하지만 돼지는 실망하지 않았고 묵묵히 걸었다. 한참을 걷다 뒤를 보니 쥐가 땀을 뻘뻘 흘리며 따라오고 있었다. 12종의 띠에 우선권은 없다. 마치 가위바위보처럼 일장일단이 있는 것이다. 한 사람을 이길 수 있지만 또 다른 사람에게는 지게 돼 있다. 누구를 앞지르지 않아도 자기 자리만 잘 지키면 충분히 의미 있는 것이다. 남과 비교하지 말고 자기 위치에서 자기 몫을 잘 감당하도록 띠가 배분된 것 같다. ●늪: 늪은 호수가 되려다 실패한 물이 아니라 호수가 되려는 꿈을 포기한 물이다. 실패엔 다음(next)이 있으나 포기엔 다음이 없다(no next).
 
●덫: 쥐덫에 자꾸 살쾡이가 걸린다고 투덜대지 마라. 당신은 이미 살쾡이를 쉽게 잡는 법을 발견한 것이니까. ●生: 겨울 하루살이에게 인생을 물으면 “춥다”고 하고 여름 하루살이에게 인생을 물으면 “덥다”고 말할 것이다. 그런데 사계절을 다 살아본 인간에게 인생을 물으면 “잘 모르겠다”고 대답한다. 생각이 많아서인지, 확신이 없어서인지 대답을 못 한다. 우리 인간도 잠깐 퍼덕거리다 떠나야 하는 하루살이인데도. 쪾가: ‘가’라고 말하면 ‘나’ 혼자만 남는다. 그러니 ‘다’안고 함께 가야지.
 
●2: 2(둘)자는 사람이 무릎을 꿇고 앉아 있는 모습이다. 고개도 살짝 숙여서 겸손한 모습이다. 늘 머리를 꼿꼿이 세우고 사는 ‘1’보다 좋은 성품이다. 바닥에 넓게 몸을 붙이고 있어 안정적이다. 늘 다리 하나로 서 있어 언제 쓰러질지 모르는 ‘1’보다 안정된 자세다. 꼭 ‘1’이어야 할 이유는 없다. 한 걸음만 뒤로, 조금만 더 천천히 가는 것도 괜찮은 것이다. ●숲: 진짜 숲을 보려면 숲을 보지 말고 나무 하나하나를 보라. 나무 하나하나의 사연을 합한 것이 숲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을 알고 싶으면 ‘사람들’을 만나지 말고 한 사람(個人) 한 사람을 만나라. 그들의 합이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홀로 서 있는 나무는 숲을 이루지 못 한다(獨木不林). 물론 위로만 크는 나무는 그늘을 만들지 못 하는(高樹靡陰) 것도 진리이다.
 
●철: 아빠를 아버지라고 부를 때부터 철이 드는 게 아니라, 아버지를 다시 ‘아빠’라고 부르고 싶은 순간부터 철이 드는 것이다. 쪾과: 사람과 사람 사이엔 ‘과’가 있다. 과한 욕심, 과한 기대, 과한 허세……. 두 사람이 한 사람이 되려면 둘 사이에 놓여있는 ‘과’를 치워야 한다. ●하: 남을 잘 웃기는 사람 곁에 열 명이 모인다면, 남의 말에 ‘하하’ 웃어주는 사람 곁엔 스무 명이 모인다. 배려를 주면 사람이 오게 돼 있다. 쪾귀: 우리말의 어원 공부를 해보자. 남의 말을 흘려듣는 귀를 가리켜 ‘귀찮다’하고, 남의 말을 소중히 듣는 귀를 가리켜 ‘귀하다’하며, 남의 말을 따라 하며 듣는 귀를 가리켜 ‘귀엽다’ 하고, 남의 말은 아예 듣지 않는 귀를 가리켜 ‘귀없다’고 한다.
 
●깃: 코트 깃을 한껏 올리면 외로워 보인다. 그런데 코트 깃은 내 손으로 올린다. 결국 외로운 사람은 스스로 외로움을 선택한 사람이다. ●孝:수천 년 전에도 효도하는 방법은 하나뿐이었다. 수만 년 후에도 효도하는 법은 하나뿐일 것이다. 그것은 살아계실 때만 가능하다는 것이다. ●다: 문장 맨 끝에 붙이는 글자다. 너랑 나눠 갖다, 너랑 나눠 먹다. 그런데 앞뒤를 분간 못 하는 바보들은 이 ‘다’를 자꾸 맨 앞에 붙이려 한다. ‘다 가져야겠어. 다 먹어야겠어.’ 다 가지면 안 된다. 다 가질 수도 없다. ‘전부 아니면 전무’(All or Nothing)는 공동생활의 적이다. 조금씩이라도 나누어 가져야 한다. 타협(compromise)이란 “No one gets everything, no one gets nothing, everyone gets something”으로 설명되는 것이다.
 
이렇게 생기발랄하고 신선한 아이디어를 더 듣고 싶으면 정철이 지은 「한 글자」(허밍버드)를 한 번 읽어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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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5/06/05 [16:47]  최종편집: ⓒ kidok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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